현장에서 가장 난감한 순간이 언제일까요?
착공 직전에 뭔가 빠진 걸 알았을 때입니다. 특히 설계안전성검토처럼 법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를 빠뜨렸다면요. 경기도의 한 시청에서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배수펌프장 공사인데, 설계 단계를 지나 착공 준비를 하다가 "설계안전성검토 대상"이라는 걸 뒤늦게 알아챈 거죠.
저는 이런 긴급 상황을 몇 번 봤는데요, 대부분 "설계안전성검토는 설계사가 알아서 하겠지" 또는 "우리 공사는 해당 안 될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발생합니다. 특히 배수펌프장처럼 규모가 크지 않아 보이는 시설은 더 그렇죠.
배수펌프장이 왜 설계안전성검토 대상인가?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배수펌프장(빗물펌프장)은 1종 또는 2종시설물입니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1종·2종시설물 건설공사는 설계안전성검토 대상이에요.
구체적으로 보면, 특별시·광역시에 있는 국가하천의 배수펌프장은 1종시설물이고, 그 외 국가하천 배수펌프장과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시에 있는 지방하천 배수펌프장은 2종시설물입니다. 여기에 빗물펌프장도 포함됩니다.
요즘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잦아지면서 각 지자체에서 배수펌프장 설치 사업을 많이 하는데요, 정작 이게 설계안전성검토 대상이라는 건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게다가 가설구조물 때문에 이중으로 해당됩니다
배수펌프장은 시설물 등급 때문에도 대상이지만, 공사 특성상 높이 5미터 이상 거푸집·동바리나 높이 2미터 이상 흙막이 지보공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가설구조물을 쓰는 공사도 설계안전성검토 대상이에요. 그래서 배수펌프장은 사실상 이중으로 해당하는 셈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굴착공사 할 때 가장 많은 사고를 봤습니다. 흙막이가 무너지거나 지반이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죠. 배수펌프장은 특히 굴착 깊이가 깊고 지하수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설계안전성검토에서 이 부분의 위험요인을 꼼꼼히 짚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발주청이 직접 의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설계안전성검토는 무조건 설계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관리 주체가 발주청이다 보니 발주청에서 직접 의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이번 경기도 시청 사례처럼 설계 단계를 이미 지나친 뒤에 발견해도, 늦게라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착공 전까지만 완료되면 법적으로 문제없습니다. 물론 일정은 촉박하겠지만요.
급해도 정석대로 가야 합니다
이번 건은 일주일 동안 야근하며 빠르게 작성했다고 하는데요, 급하다고 해서 내용을 대충 채우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설계안전성검토보고서는 시공 단계에서 실제로 참고하는 문서니까요.
특히 배수펌프장처럼 굴착공사가 주된 현장에서는 '잔여위험'을 최대한 많이 발굴해내야 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해결할 수 없는 위험요인들을 시공사에 명확히 전달해서, 현장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요. 도면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해도 FM대로 가는 게 결국 안전한 시공으로 이어집니다.
미리 확인하는 게 최선입니다
설계안전성검토 대상인지 헷갈리신다면, 프로젝트 초기에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배수펌프장, 빗물펌프장처럼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은 시설일수록 주의해야 해요.
착공 직전에 발견해서 일정 지연되고, 담당자 속 타고, 용역비 긴급 편성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으니까요. 헷갈리시면 시설물 등급, 굴착 깊이, 가설구조물 사용 여부 이 세 가지만 체크해보세요. 하나라도 해당되면 검토가 필요합니다.
현장은 늘 급하고 바쁘지만, 안전 관련 절차만큼은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