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안전보건대장, 발주자가 몰라서 과태료 맞는 현실
| 얼마 전 현장에서 있었던 일
얼마 전 한 지자체 건립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가 담당 주무관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기본안전보건대장이요? 그거 시공사가 쓰는 거 아닌가요?"
순간 아찔했습니다. 총 공사금액이 80억원 가까이 되는 현장이었거든요.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는 명확합니다. 총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공사의 발주자는 계획단계에서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직접 작성해야 한다고요. 공공이든 민간이든 구분 없이, 발주자 책임입니다. 미작성 시 위반 1건당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붙어요.
| 가장 흔한 오해, 그리고 현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발주자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딱 두 가지더라고요.
하나는 "우리 공사 해당되나요?"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까지 써야 하나요?"입니다.
총 공사금액은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시공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합산하고, 부가세까지 포함해서 봅니다. 전기·소방·통신을 분리발주했더라도 전체 합계가 50억원이 넘으면 대상이에요.
작성 시점도 착공일이 아닙니다. '설계계약 체결일'이 기준이에요. 이걸 모르고 착공 직전에 뒤늦게 쓰려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디다.
| '두꺼운 서류'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착각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안전보건대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현장과 무관한 내용을 잔뜩 채워놓은 문서는 정작 중요한 위험요인을 가려버립니다. 나중에 설계·시공 단계에서 실제로 점검할 때 아무도 그 두꺼운 문서를 들여다보지 않아요.
2024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고시는 이 문제를 손봤습니다. 설계계약을 이날 이후에 체결했다면 새 서식이 적용되는데, 핵심은 단순화예요. 발주자가 계획단계에서 알 수 있는 정보로 '핵심 유해·위험요인'과 '위험성 감소방안'을 명확히 적도록 방향을 바꿨습니다.
분량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거죠.
| 발주자가 기억해야 할 단 한 가지
기본안전보건대장은 '제출용 서류'가 아닙니다.
이걸 기점으로 설계안전보건대장, 공사안전보건대장이 이어져야 하고, 결국 그 흐름 전체를 발주자가 확인하고 관리해야 해요. 작성 주체가 단계마다 바뀌어도, 책임의 끈은 발주자가 끝까지 쥐고 있는 겁니다.
서류 한 장이 형식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현장의 안전을 실제로 바꾸느냐. 그 차이는 처음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어떻게 썼느냐에서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